이 이야기는 검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범죄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경찰, 혹은 탐정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의 경우 검찰이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된다.
시작은 오키노가 검사 연수를 받던 시절 강의를 하러 온 모가미에 대한 동경을 하는 장면이 짧게 나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키노는 후에 검사로 임관하게되며 둘은 검찰청에서 재회하게 된다. 이제는 선배 검사와 후배 검사 관계가 된다. 어느날 한 노부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식칼로 추정되는 흉기로 살해당한 뒤 범인이 차용증을 싹 불태우게 된 사건이다. 노부부 중 남자가 평소 경마를 좋아했으며 경마로 인해 친해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작성한 차용증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오가미는 거기서 특이한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때는 모가미가 대학생이던 시절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을 때였다. 기숙사 관리인 부부에게는 딸이 한명 있었다. 성격이 서글서글하던 중학생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였고 성폭행을 시도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당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서 마지막까지 용의선상에 남아있던 남자가 한명있었는데 계속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경찰도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유죄판결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때의 유력 용의자의 이름이 이번 용의선상목록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마쓰쿠라였고 모가미는 이 이름을 놓치지 않는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터라 그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그렇기에 모가미는 이번에 일어난 사건을 마쓰쿠라에게 뒤집어씌워서 간접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하고자 하였다. 20년전 사건을 마쓰쿠라가 했다는 자백을 받나내고 이를 통해 이번 사건에서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강압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쓰쿠라는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한다.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와중 사건을 반전시킬만한 증언이 들어오게 된다. 술집에서 누군가가 이 사건의 진범처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가미는 새로운 용의자를 법정에 세울 생각이 전혀없었고 결국 증거를 조작하기에 이른다. 새 용의자에게 몰래 범행에 사용되었던 흉기를 받고 몰래 살해 후 유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건의 무게추는 검찰 쪽으로 기울게 된다. 오키노는 이러한 전개 속에서 모가미에게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연수원 시절 존경하던 모가미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건을 본인의 입맛대로 끌고나가는 정의감없는 검사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오키노는 사건을 정석대로 해결하지 않고 범인을 만들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검찰에 회의감을 느끼고 사직하게 된다. 그 후 마쓰쿠라 측 국선변호인과 접촉해 무죄를 받아내고자 한다. 처음에는 증거를 모으는게 쉽지 않았지만 사건에 협력해준 기자와 이분야에서 유명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모가미에 대한 실마리도 조금씩 풀려간다. 모가미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며 마쓰쿠라는 무혐의로 풀려나게 된다. 오키노는 변호사가 되어 모가미의 변호를 맡고 싶어했지만 모가미가 거절하고 오키노가 거절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사건해결은 복잡한 트릭없이 전개되며 인물의 심리에 중점이 되어있는 책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모가미에게 중심이 쏠려있다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오키노에게 중심이 넘어간다. 정의와 사명감이라는 단어 속에서 정의가 무엇이고 검사로서의 본분과 사명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오키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쓰쿠라의 무죄 입증을 통해 정의를 찾는듯했지만 다시 모가미에게 돌아가는 모습은 혼란에 빠져있는 오키노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의에는 정답이 없는것이 아닐까.
청계천 헌책방거리 방문기 (2) | 2024.12.08 |
---|---|
스무살, 도쿄 (2) | 2024.11.30 |
괴물이라 불린 남자 (1) | 2024.10.10 |
사카모토 류이치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4) | 2024.08.27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0) | 202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