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 후기

김마리 정규 1집 <러브레터> 발매 기념 단독공연 (2023.11.04)

나는구디 2023. 11. 6. 23:54

공연포스터

오랜만에 쓰는 마리 님의 공연후기. 연초에 했던 롤링홀 공연 이후 두 번의 공연이 있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다녀오지는 못했다. 정규앨범 소식을 듣고 정규앨범발매공연은 꼭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잘 마무리된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김마리 님의 첫 정규앨범 <러브레터>이다. 이전에 두 개의 EP앨범을 발매한 후 2년 만에 발매한 앨범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앨범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상당한 노력과 애정이 담겨있다는 게 한눈에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정규앨범 발매에 앞서 텀블벅을 진행하기도 했다. CD와 함께 다양한 굿즈들을 후원을 통해 받을 수 있었다. 목표액을 훨씬 뛰어넘은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텀블벅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마도리단 분들의 마리님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한 팬들의 마음에 보답하듯 마리 님의 공연도 너무 좋았다. 공연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이공연장은 의자가 편해서 좋다. 지정좌석제인 경우 다른 공연장은 간이 의자를 설치하는지라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폭신한 의자라 공연 볼 때 편하다.

첫곡은 '오래도록 쓰여지게'였다. 이곡은 정규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효과음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문 열리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등... 이러한 효과음 때문에 오프닝 곡으로 적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곡은 '개화'였다. 최근에 가을이지만 기온이 올라가 몇몇나무에서는 꽃이 피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걸 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 이날도 가을답지 않게 날이 따듯했다. 보통의 가을 날씨였다면, 이곡이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이날만큼은 묘하게 어울렸다. 다음날 바로 비가 오며 날씨가 추워진 걸 보면 날씨도 마리 님의 공연 소식을 알고 있었던 걸까??

 

3,4번 곡은 '나의 바다'와 '비행소녀'였다. 나의 바다의 인트로 부분의 피아노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비행소녀는 작년 7월에 먼저 발매된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선발매된 곡이기도 하다. 마리 님의 공연을 처음 보러 갔던 게 비행소녀 발매 전이었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정규앨범이 나왔다. 이런 신나는 곡을 들으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진다.

 

신나는 곡들 다음에는 잔잔한 곡들을 들려주셨다. '새벽열차'와 '그리운 날, 그리운 널'이었다. 새벽열차는 이번 앨범의 4번 트랙이다. 이곡도 아마 미발매된 상태로 공연에서 한번 부르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와는 다르게 후반부에 일렉기타 리프가 얹혔다.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조금 긴 곡이라 지루할 수도 있을 텐데 기타 부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그다음 곡은 '유일한'과 '말해줘'였다. 이번 앨범의 3번 트랙과 5번 트랙에 위치해 있는 곡들이다. '유일한'은 타이틀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앨범에는 공연에서 한 번씩 불렀던 미발매곡을 다듬어서 앨범에 수록한 곡도 있지만, 아예 공개하지 않았던 채로 새롭게 공개한 곡들도 있다. 새롭게 공개한 곡들 중 하나가 바로 '유일한'이다. 앨범 발매를 기다리며 새로운 곡들은 어떤 곡을 쓰셨을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많은 기대를 했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정말 좋은 곡을 만들어주셨다. 미공개곡들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쓰셨다고 했는데 그러한 노력들도 많이 느껴지는 듯했다. '말해줘'는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좋게 듣고 있는 곡이다. 많은 사람들은 타이틀 곡만 듣고 앨범을 넘기고는 하지만 나는 보통 앨범을 들으면 타이틀 곡을 제외한 수록곡들을 많이 듣는 편이다. 공연에 오기 전에 앨범을 쭉 들으면서 수록곡 하나까지도 버릴 게 없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마리 님도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수록곡까지도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한다. 제작자의 멘트를 듣기 전에 나에게 그런 마음이 먼저 닿았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가 공연을 본 후 이곡에 더 애착이 생기게 되었다. 

 

그다음곡은 '기적'과 '파란'이었다. '기적'은 이번 앨범의 6번 트랙이다. 이 곡은 일본 영화 '나는 오늘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며 영감을 얻은 곡이라고 한다. 이곡도 미발매 상태에서 공연에서 부르셨던 적이 있다. 그때도 설명을 해주셨던 터라 이 영화를 한번 봤었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대강 알 수 있었고 이곡을 좀 더 몰입해서 들을 수 있었다. 조만간 한 번 다시 봐야겠다. 

그다음곡은 '너와 나의 우주 속에'였다. 앞에 두 곡을 부르며 감정적으로 벅차질 거 같아서 일부러 신나는 곡을 뒤에 배치하셨다고 했다. 

그다음으로는 '신세계'와 '우산을 들어줄게'였다. '신세계'는 이번앨범의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공연하기 전에 인스타라이브방송을 짧게 하셨다. 그때 이곡에서 같이 불러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다. 1절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는 부분에 있는 '무장해제'와 후렴구에서 '가자', '나를' 이 부분이었다. 공연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이 부분을 힘차게 불러주셨다. 왠지 모르게 나도 감동이었고, 이노래를 들을때면 나도 속으로 이부분을 계속 외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너의 이름은 맑음'이었다. 역시나 마지막으로는 이곡을 들어줘야 한다. 

앵콜곡으로는 '만월'과 '나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를 불러주셨다. 이곡은 유일하게 마리 님의 건반으로만 이루어진 곡이다. '만월'을 부르시면서는 정말 많이 우셨다. 여러모로 감정이 북받쳐 오르신 듯했다.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울었을 거 같다. 앨범을 만들며 많이 힘들었고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해 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을 믿어주고 음악을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적이라고 하셨다. 

'나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를 부르면서는 다 같이 떼창도 했다! 저번 공연들에서는 짧은 부분만 했는데 이번에는 후렴구 전체를 다같이 불렀다. 다들 하나 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 이후로 나가는 관객들을 마리 님이 하나하나 배웅해주면서 마무리!

 

오랜만에 보는 마리님 공연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 좋은 앨범 만들어줘서, 좋은 공연 해줘서. 팬들이 마리 님을 사랑하는 만큼 마리 님도 팬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좋았다. 너무 좋은 하루였고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하루일 거 같다.